다른 모델의 가능성

발췌

"제가 학교를 운영했던 건 또 다른 모델이 가능하다는 걸 보여주기 위해서였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제 프로젝트 가운데 어떤 것들은 끝을 내야 합니다. 사람들이 다른 모델이 가능하다는 걸 알게 되면 제가 더 이상 그것을 할 필요가 없어지죠. 학교는 교육과 미래에 관한 대화를 이끌어내기 위한 장치였습니다."

"저는 이 학교가 어떤 사물이나 특정한 경험과 대화하기보다 사회와 대화를 나누는 제스처라는 것을 보여주고 싶었습니다. 제가 주장하는 건 저자성authorship이라기 보다, 행동actions이 아닌 제스처gestures로서 장기적인 작업을 할 수 있는 예술가의 권리입니다."

더 알아보기

1. 쿠바 고등예술학교 Instituto Superior de Arte는 1976년 설립된 쿠바의 대표적인 예술 고등교육기관이다. 아바나 서쪽 쿠바나칸 지역에 위치하며, 시각예술, 음악, 공연예술, 영상예술 등을 가르치는 쿠바 유일의 예술 대학이다. 쿠바 혁명 이후 사회주의 이념 하에서 예술 엘리트를 양성하는 것을 목표로 했으나, 1980~1990년대를 거치며 보다 실험적이고 비판적인 예술 교육의 장으로 변모했다. 타니아 브루게라를 비롯해 국제적으로 활동하는 쿠바 현대미술가들을 배출했다. https://isa.cult.cu/ (2025년 10월 22일 접속).
2. 2014년 12월 30일, 브루게라는 아바나 혁명광장에서 시민들이 자유롭게 발언하는 퍼포먼스 〈타틀린의 속삭임 #6(아바나 버전) Tatlin's Whisper #6 (Havana Version)〉을 계획했다. 이는 2009년 아바나 비엔날레에서 선보인 작품의 재연으로, 미국-쿠바 관계 정상화 발표 직후 쿠바의 미래에 대한 시민들의 목소리를 듣고자 한 것이었다. 쿠바 당국은 이를 불허했고, 브루게라는 퍼포먼스 당일 새벽 자택에서 체포되었다. 이 사건은 국제 예술계에 큰 반향을 일으켰으며, 2,000명 이상이 그녀의 석방을 요구하는 청원에 서명했다. 작가 웹사이트 https://taniabruguera.com/portfolio-the-art-and-activism-of-tania-bruguera/ 참조. 관련 보도: "Artist Tania Bruguera Allegedly Detained in Cuba Over Public Performance," Hyperallergic, 2014년 12월 30일, https://hyperallergic.com/172363/artist-tania-bruguera-allegedly-detained-in-cuba-over-public-performance/ (2025년 10월 22일 접속).
3. 한나 아렌트 국제 아티비즘 연구소 Hannah Arendt International Institute for Artivism는 2015년 5월 타니아 브루게라가 아바나 자택에 설립한 예술-행동주의 연구소다. 이름의 줄임말인 INSTAR는 스페인어로 "권장하다", "선동하다", "자극하다"를 의미하는 동사이기도 하다. 이 연구소는 쿠바 시민들의 시민적 소양 함양과 정책 변화 촉진을 목표로 하며, 표현의 자유, 인권 존중, 노동권 보장 등을 추구한다. 2016년 킥스타터 크라우드펀딩을 통해 10만 달러 이상을 모금해 본격적인 활동을 시작했으며, 국내외 예술가와 활동가를 위한 레지던시, 워크숍, 아카이브 프로그램 등을 운영하고 있다. 연구소 웹사이트 https://instar.org/. 킥스타터 캠페인: https://www.kickstarter.com/projects/850321425/institute-of-artivism-instituto-de-artivismo-hanna (모두 2025년 10월 22일 접속).
4. 타니아 브루게라는 도큐멘타 11에서 설치 작품 〈무제(카셀, 2002) Untitled (Kassel, 2002)〉를 선보였다.  관람객을 심문당하는 듯한 상황에 놓이게 하는 이 작품에서는 40개의 강력한 조명이 관람객을 비추었고, 총을 조립·분해하는 소리와 군화 소리가 들렸다. 조명이 꺼져있을 때는 제2차 세계대전 이후 정치적 학살이 일어난 100개 도시의 이름이 모니터에 표시되었고, 달리는 인물의 실루엣 영상이 투영되었다. 이 작품은 카셀이 제2차 세계대전 중 군수공장이 있던 도시라는 역사적 맥락에서 빛과 어둠을 기억과 망각의 은유로 사용했다. 브루게라는 이 작품이 관람객에게 충분한 정치적 경험을 제공하지 못했다고 느꼈고, 이는 그녀가 아바나로 돌아와 카테드라 아르테 데 꼰둑따를 설립하는 계기가 되었다. https://taniabruguera.com/untitled-kassel-2002-2/ (2025년 10월 22일 접속).
5. 카테드라 cátedra는 스페인어권 대학에서 교수직이나 학과를 지칭하는 용어로, 특정 분야의 전문 교육과 연구를 담당하는 단위를 의미한다. 브루게라는 이 용어를 사용함으로써 자신의 프로젝트에 학술적 권위와 제도적 정당성을 부여하는 동시에, 기존 제도 밖에서 이루어지는 대안적 교육의 성격을 강조하고자 했다.
6. 에스쿠엘라 데 꼰둑따 escuela de conducta는 스페인어로 '행동 학교' 또는 '품행 학교'를 의미하는 표현으로, 일반적으로 행동 교정이 필요한 청소년들을 위한 교육 시설을 지칭한다. 쿠바에서는 16세 이하 아동·청소년을 수용하는 교정 시설로 운영되었다.
7. 2008년 광주비엔날레에서 브루게라는 카테드라 카테드라 아르떼 데 꼰둑따를 '전시 안의 전시' 형태로 선보였는데, 학생 작품들의 선별된 샘플과 문서 자료를 설치로 구성했다. 그러나 원래의 교육 현장이 지닌 긴급성과 에너지가 상실되어 다소 관습적이고 불만족스러운 결과가 되었다고 작가 스스로 인정했다. 반면 2009년 아바나 비엔날레에서는 9일 동안 매일 밤 전시를 완전히 재설치하는 방식으로 교육의 과정적 특성을 보존하려 시도했다. 이는 살아있는 교육 실천을 전시 형식으로 번역할 때 발생하는 근본적 딜레마를 보여주었다.
8. 마리아 린드 Maria Lind는 1999년 아폴로니야 슈스테르시치 Apolonija Šušteršič와의 대화에서 ‘건설적인 제도적 비판 constructive institutional critique’이라는 용어를 제안했다. 1970년경 한스 하케 Hans Haacke, 마이클 애셔Michael Asher 등이 외부에서 제도를 비판한 첫 번째 물결, 1990년경 안드레아 프레이저 Andrea Fraser, 프레드 윌슨 Fred Wilson 등이 내부에서 비판한 두 번째 물결과 구별하여, 1990년대 후반 빅 판 더르 폴 Bik van der Pol, 슈스테르시치 같은 예술가들이 제도를 완전히 거부하지 않고 그 안에 머물면서 개선을 위한 건설적 대화를 시도하는 세 번째 단계를 "건설적인 제도 비판"으로 정의했다. Lind, M., and Šušteršič, A. (1999). Moderna Museet projekt, 4.2-14.3 1999. Exhibition catalogue. Moderna Museet. p. 42.
9. 이민자 이동 인터내셔널 Immigrant Movement International은 타니아 브루게라가 2010년 뉴욕 퀸스의 코로나 지역에서 시작한 장기 사회참여 예술 프로젝트의 이름이다. 크리에이티브 타임 Creative Time과 퀸스 미술관이 공동 후원했다. 2011년 3월 정식 출범하여 2015년까지 진행될 예정이었으며, 2018~2019년에 독립 커뮤니티 센터인 센트로 코로나#Centro Corona#로 전환되었다. 루스벨트 애비뉴 108-59번지의 상가 공간에서 이민자들을 위한 영어 수업, 법률 상담, 예술 워크숍, 정치 조직화 프로그램 등을 무료로 제공했다. 브루게라는 프로젝트 첫해에 서류미비 이민자 5명과 그들의 자녀들과 함께 작은 아파트에서 거주하며 최저임금으로 생활했다. 예술을 통해 이민자들의 정치적 대표성을 강화하고 시민권의 의미를 재고하는 것을 목표로 했다. 프로젝트 공식 사이트 http://immigrant-movement.us/ 참조. 퀸스 미술관 아카이브 https://queensmuseum.org/program/immigrant-movement-international-2/; 크리에이티브 타임 https://creativetime.org/projects/immigrant-movement-international/; 타니아 브루게라 작가 웹사이트 https://taniabruguera.com/immigrant-movement-international/ (모두 2025년 10월 22일 접속).
10. 두 탱크 do tank는 싱크 탱크 think tank와 달리 아이디어보다 실행에 중점을 둔 연구 기관을 가리킨다.
11. 『전체주의의 기원 The Origins of Totalitarianism』. 한나 아렌트가 1951년 출간한 정치철학의 고전으로, 나치즘과 스탈린주의라는 20세기 전체주의 체제의 기원과 본질을 분석한 저작이다. 반유대주의, 제국주의, 전체주의의 세 부분으로 구성되어 있으며, 전체주의가 어떻게 개인의 자발성과 다원성을 파괴하고 대중을 원자화하며 공포와 이데올로기를 통해 지배하는지를 탐구한다. 한국어 번역판은 다음을 참조하라. 한나 아렌트, 『전체주의의 기원 1, 2』, 이진우·박미애 옮김 (서울: 한길사, 2006).
12. 타니아 브루게라는 2015년 뉴욕시 문화부 Department of Cultural Affairs와 이민자 업무실 Mayor's Office of Immigrant Affairs이 공동으로 진행한 첫 번째 공공 예술가 레지던시 Public Artist in Residence (PAIR) 프로그램에 참여했다. 이는 예술가가 시정부와 직접 협업하여 시민 참여와 사회적 실천을 모색한 선구적인 사례로, 이후 여러 도시에서 유사한 프로그램들이 만들어지는 계기가 되었다. 이 프로그램은 2025년 현재도 계속 운영되고 있으며, 매년 새로운 예술가들이 다양한 시정부 부서와 협업하고 있다. https://www.nyc.gov/site/dcla/publicart/pair.page (2025년 10월 22일 접속).
13. 타니아 브루게라는 2013~2014년 네덜란드 에인트호번의 반 아베미술관과 협업하여 미술관을 '유용한 예술 미술관 Museum of Arte Útil'으로 일시적으로 전환했다. 이는 예술이 실제적인 사회 변화의 도구가 될 수 있다는 브루게라의 개념을 구현한 것으로, 1830년부터 현재까지의 유용한 예술 사례들을 수집하고 전시했다. 프로젝트 웹사이트 https://museumarteutil.net/ 참조. 미술관 공식 페이지: https://vanabbemuseum.nl/en/collection-research/research/search-in-research/arte-util  (모두 2025년 10월 22일 접속).
14. 오픈 인게이지먼트 Open Engagement는 2007년부터 2018년까지 미국과 캐나다의 6개 도시를 순회하며 열린 사회 참여 예술 socially engaged art 분야의 예술가 주도 컨퍼런스였다. 예술가, 활동가, 교육자, 학자, 지역 공동체 구성원들이 참여하여 당대의 복잡한 사회적 이슈와 투쟁에 대해 논의했다. http://openengagement.info/ (2025년 10월 22일 접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