횡단적 교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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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블로 엘게라 Pablo Helguera

아메리카 대륙을 아우르는 불안의 학교 The School of Panamerican Unrest

발췌

"여러 나라가 탄생하고, 구축되고, 구상되던 시대에 범아메리카 통합Panamerican integration이라는 개념이 어떻게 결국 실현되지 못했는지에 대해 깊은 관심을 가지게 되었어요. ... 미국에 사는 라틴아메리카 출신으로서, 이 나라들 사이에 어떤 공통점이 있는지, 그러니까 무엇이 우리를 아메리카 사람으로 만든 건지 궁금했습니다."

"제 입장은 확고했습니다. 저는 여러분과 대화를 나누기 위해 왔고, 그 ‘대화’ 자체가 바로 제 프로젝트라는 것."

"제가 생각하는 학교는 제가 누군가를 가르치는 강사로 있는 공간이 아니었어요. 이 학교는 모든 사람이 함께 배우는 공동의 학습 플랫폼이었고, 저는 단지 토론을 촉진하는 주도자 역할을 했을 뿐이죠. 오히려 진짜 지식을 가진 사람들은 제가 방문한 곳들에 있었습니다. 그래서 제게 이 작업은 제가 무언가를 채워 넣는 것이 아니라, 다른 사람들의 경험과 지식으로 채워지는 하나의 그릇 같은 것이었어요."

"이제 이스탄불, 베니스, 상파울루, 파리 등 전 세계를 이동하는 것이 일상이 되었습니다. 1970년대와 비교하면 예술가들의 이동이 훨씬 더 보편적인 일이 된 것이죠. 하지만 이동성이 익숙한 일이 되면서 그 의미는 점차 퇴색했고, 오히려 이동성 자체가 일정한 사회적 명성이나 유의미함을 부여하는 구조가 되었습니다."

"교육과 사회사업은 섹시함과는 거리가 먼 활동입니다. 오히려 번거롭고, 귀찮으며, 때로는 보람조차 느끼기 어려운 일들이죠.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인정받기 위해 하는 것은 아닙니다. 우리는 자신의 삶을 넘어설지도 모르는 이상과 프로젝트에 헌신하기 때문에 이 일을 하는 것이죠. 결국, 진정한 보상은 언론의 관심이나 금전적 대가가 아니라, 그 일을 직접 실천하는 것 자체에 있습니다."

"미술계의 여러 문제 가운데 하나는 지나칠 정도로 시간에 쫓긴다는 점입니다. 미술계는 패션 산업과 무척 유사해졌어요. ... 우리는 매 시즌마다 새로운 아이디어를 내놓아야 하는 비엔날레의 순환 구조 속에 갇혀 있습니다. 마치 봄·가을 컬렉션처럼, 끊임없이 새로운 것을 선보여야 하는 시스템이 된 것이죠. 결국, 아이디어는 쏟아내는 것 자체가 목적이 되어버리고, 그 중요성은 점점 희미해집니다."

"저는 학교가 무엇이어야 하는지에 대해 나름의 관점을 가지고 미국에 왔지만, 여기서는 학교가 일종의 투자처럼 여겨진다는 인상을 받았습니다. 미국에서는 교육을 마치 레스토랑에서 메뉴를 보고 주문하듯 구매하는 것처럼 느껴졌어요."

“우리는 제도를 다루는 법을 익힐 때 비로소 최고의 혁명가가 될 수 있다. ... 즉, 예술가가 제도를 비판하고 이에 맞서는 존재로 여겨지는 대신, 오히려 제도가 실제로 작동하도록 하는 모델을 상상하는 역할을 할 수도 있다는 관점이었죠. 진정한 시험대는 단순히 비평가가 되는 것이 아니라, 실제로 실행 가능한 형식을 제안하고 이를 실현할 수 있는 사람이 되는 것입니다. “제도를 다루는 법을 익힌다”는 것은 바로 그런 의미였어요. 벅민스터 풀러 Buckminster Fuller의 말처럼, 기존 시스템을 비판하는 것보다, 그것을 무의미하게 만드는 새로운 시스템을 만들어야 합니다."

"저는 어떤 사회 문제든 그 해답이 사회 구조를 해체하는 데 있다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우리가 해야 할 일은 이미 존재하는 구조가 제대로 작동하도록 만드는 것이죠. 예술가들이 다른 사람들의 삶을 변화시키는 정치인이나 선교사를 만들어낼 수는 없지만, 더 넓은 대중에게 도움이 되는 사회 시스템을 구상할 수는 있습니다."

"보통 교육을 활용하는 예술 프로젝트는 결국 예술-교육 프로젝트가 되기 쉽습니다. 하지만 제가 더 관심을 두었던 것은, ‘배움’이라는 개념 자체를 탐구하는 예술가들이었습니다. 제게 “횡단적 교육”이란 전통적인 배움과 전통적인 교육 방법을 넘어서는 예술과 같은 의미였습니다. 그리고 여기에 예술을 새로운 변수로 추가한다면, 과연 어떤 변화가 일어날까? 바로 그 질문을 던지고 싶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