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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racing the Korean Pavilion in Venice

아카이브에서 찾아낸 베니스비엔날레 한국관 설계의 궤적
1993 - 1995

한국관 건축의 과정

1895년 처음 개최되어 지금까지 이어지고 있는 베니스비엔날레(La Biennale di Venezia)는 세계 각국의 미술, 건축, 영화, 문학 등 주요 예술 분야의 현황과 수준을 가늠하게 하는 중요한 문화 행사입니다.

베니스비엔날레의 주요 무대인 자르디니 공원에 소재한 한국관은 우리의 문화와 예술이 세계와 만나는 접점이자 연결고리로서 중요한 의미를 지니는 장소입니다. 한국관은 자르디니 공원에 지어진 국가관 중 가장 늦게 지어졌는데 그 건축 과정에는 많은 이야기가 담겨있습니다. 한국관의 설계는 한국의 건축가 김석철과 이탈리아 건축가 프랑코 만쿠조(Franco Mancuso)의 협업으로 이루어졌으며 현지 시공업체들의 참여를 통해 베니스비엔날레 창설 100주년인 1995년에 개관하였습니다. 하지만 어렵게 건축한 한국관에 대한 불만의 목소리도 있었습니다. 일반적인 미술관들과 다른 독특한 외관과 내부 공간, 평지가 아닌 언덕 경사에 자리 잡은 이유 등으로 비난의 대상이 되기까지 했습니다. 그렇게 설계한 이유를 다들 궁금해했지만 명확한 설명이 없었습니다.

〈Tracing the Korean Pavilion〉에 나열한 단계별 건축계획안의 재현에는 두 건축가가 함께 한 고뇌의 여정이 투사되어 있습니다. 그 여정을 통해 베니스 시청이나 베네토 주정부, 비엔날레본부 등의 복잡한 요구사항을 하나씩 해결해 나가며 한국관의 건축을 실현한 것이죠. 가상의 공간 탐사를 통해 한국관의 모습이 변화하는 과정을 살펴보시고, 여러분이라면 어떤 해법으로 설계했을까 상상해 보시기 바랍니다.

주요 연보

연도 주요 내용
1993년 7월 김석철, 프랑코 만쿠조에게 한국관 공동설계를 제안하다.
1993년 9월 한국대표단 1차 파견 (베니스시청, 비엔날레 관계자와 협의)
1993년 11월 한국대표단 2차 파견 (베니스시청, 문화재관리국 관계자와 협의)
1993년 12월 이민섭 문체부장관, 한국관 건립 추진을 승인하다.
1994년 2월 김석철과 프랑코 만쿠조, 서울에서 단일안을 작성하다.
1994년 5월 프랑코 만쿠조, 베니스시청에 한국관 건축허가를 신청하다.
1994년 6월 한국대표단 3차 파견 (베니스 시장에게 건축허가 발급 촉구)
1994년 8월 베네토주 환경위원회, 한국관 건축계획을 승인하다.
1994년 9월 베니스시, 한국관의 건축허가를 발급하다.
1994년 10월 김석철, 실시설계도서(1차)를 현장에 송부하다.
1994년 11월 한국관 착공식을 거행하다.
1994년 12월 김석철, 실시설계도서(2차)를 현장에 송부하다.
1995년 3월 프랑코 만쿠조, 현장용 시공도면을 작성하여 공사를 진행하다.
1995년 5월 베니스시, 준공검사를 실시하다.
1995년 6월 한국관 개관하다. (제46회 베니스비엔날레 미술전)

3D 콘텐츠 제작노트

베니스비엔날레 한국관은 1995년에 준공되어 지금도 상당 부분 원래의 모습을 유지하고 있다. 30여 년 전 두 건축가가 지혜를 모아 발전시킨 많은 대안들의 결과물이 오늘까지 전해지는 것이다. 건축물은 지상에 세워지기 전에 먼저 건축가의 머리 속에 지어지며, 보통은 단번에 지어지는 것이 아니라 여러 개의 대안을 고민한 후 가장 좋은 것을 선택하여 실현한다.


이번 아르코예술기록원의 〈Tracing the Korean Pavilion〉 프로젝트는 두 건축가의 머리 속에서만 지어졌다가 사라진 대안들을 입체적으로 재현하고 오늘에 이르는 과정을 조명하는 연구사업이다. 단계별 건축물 형상을 재구성하기도 전에 연구팀이 맞닥뜨린 어려움은 한국관 주변의 대지를 입체적으로 재현하는 일이었다. 지형 등 기존 요소를 최대한 보존해야 하는 인허가 조건에서 부지의 경사 지형은 설계자가 제일 먼저 고민하는 요소이다. 하지만 베니스는 도시 전체의 지반고가 거의 동일하고 한국관 부지인 나지막한 인공 언덕조차 표고차는 4~5미터에 불과해서 상세 지형도가 존재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깨닫고는 난감했다. 휴먼스케일 관점에서는 의미 있는 레벨 차이이고 건축설계에 중요한 고려 요소라서, 연구팀은 초기 만쿠조 팀이 실측한 표고 정보, 한국관 리모델링 타당성 연구보고서(2017년)에 사용된 (추정) 등고선, 주변 사진 등을 참고하여 어렵사리 실제에 가까운 지형을 재현해 내었다. 여기에만 상당한 시간과 노력이 소비되었다.


만쿠조 기증자료에 근거하여, 초기 구상부터 준공까지를 8단계로 구분하였고 단계별 설계의 주안점과 형태를 재구성하는 작업을 이어갔다. 초기 구상부터 착공에 이르는 1년 남짓한 짧은 시간에 8개의 변곡점이 있었고, 제대로 된 도면으로 정리되는 7단계 이전 건축 구상들의 재구성은 그야말로 난수표의 해독과도 같았다. 두 건축가가 팩스로 주고받은 스케치, 핸드드로잉의 점 하나, 선 하나는 연구팀이 풀어야 하는 암호 부호였고, 알아보기조차 힘들게 흘려 쓴 단어들을 유추하는 것은 십자말풀이(crossword puzzle) 게임과도 같았다. 하루 사이에 몇 차례 주고받은 내용물을 대할 때는 두 건축가가 얼마나 긴박하게 움직였는지 상상할 수 있었다. 그런 경우엔 팩스 용지 상단에 찍힌 발송 시간의 양국 간 시차를 고려한 순서대로 읽어야 했다.

불가능에 가까운 한국관 설계구상 변천의 재현은 2022년 이루어진 만쿠조의 자료기증 덕분에 가능했는데, 4천여 점에 달하는 도상 자료, 문헌 자료, 사진 자료의 교차검증을 통해 연구팀은 단계별 구상 내용을 입체화할 수 있었다. 30 여년전 두 건축가가 머리를 맞대고 난제를 해결한 것처럼 후배 세대도 혼신의 힘을 다해 그들 머릿속에서 사라진 생각들을 살려낸 것이다.


연구의 성과물을 들고 베니스로 만쿠조 교수를 찾아뵈었을 때 구순을 앞둔 건축가의 눈이 어린아이의 호기심으로 빛나는 것을 보았다. 단계별 입체모형의 재현 근거와 방법에 대한 문답이 2시간 정도 이어졌고, 다음날도 3D 모델링의 다시점(multi-view) 재현을 시연하느라 1시간 정도를 같이 보냈다. 자신의 기증자료가 이렇게 활용될 줄은 몰랐다며 감격하시는 노 건축가의 모습을 보니 그간의 고생과 스트레스가 눈처럼 녹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Tracing the Korean Pavilion〉 프로젝트를 통해 소개하는 한국관 건축 구상의 단계별 입체모형은 아르코예술기록원 담당자들과 연구팀의 땀과 고뇌로 빚어낸 값진 성과물이다. 이 성과물이 우리 국민에게는 한국관의 본질을 이해하고 사랑하게 되는 소중한 계기로 받아들여지기를 바란다.

온라인 아카이브 제작노트

한국관 건축 (1993–1995)

설계 | 김석철 · 프랑코 만쿠조

기록물

소장 | 아르코예술기록원
*만쿠조&세레나 건축사사무소 기증 (2023)

연구

연구 책임 | 전진영
설계 해설 | 이종우

3D 모델링

건축 모델 | 김은희
지형 모델 | 최지희

디자인·개발 | 이지수(Birdcall)

번역

영문 번역 | 앨리스 킴

주관

한국문화예술위원회 아르코예술기록원
총괄 | 정보원
기획·진행 | 박수정
도움 주신 분 | 하승희 · 윤서형